물리/고전역학

04. 해밀턴 역학 개요

FedTensor 2025. 10. 8. 15:41

뉴턴의 운동 법칙 F=ma는 '어떤 힘이 가해졌을 때, 물체는 다음 순간 어떻게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며 운동을 순간적으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물체는 왜 시작점에서 도착점까지 바로 그 경로를 따라가야만 했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우아한 관점이 있습니다. 바로 '최소 작용의 원리'와 이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해밀턴 역학'입니다. 이들은 "자연은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선택한다"는 하나의 대원칙으로부터 운동 법칙을 유도해냅니다.

1. 최소 작용의 원리 (Principle of Least Action)

자연 현상의 근본에는 '경제성'이 있다는 철학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합니다. 물체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할 때, 가능한 무수히 많은 경로 중에서 실제 자연이 선택하는 경로는 '작용(Action)'이라는 물리량을 최소화(또는 정상화)하는 경로라는 원리입니다.

작용(Action)이란 무엇인가?

작용(S)은 라그랑지언(L)이라는 물리량을 시간에 따라 적분한 값으로 정의됩니다.

$$S = \int Ldt$$

여기서 라그랑지언(Lagrangian, L)은 계의 운동 에너지(T)에서 위치 에너지(U)를 뺀 값입니다.

$$L = T - U$$

다시 말해, 가능한 모든 경로를 상상해보고 각 경로에 대해 매 순간의 '운동 에너지 - 위치 에너지' 값을 계산하여 시간에 따라 모두 더했을 때, 그 총합(작용)이 가장 작은 경로가 바로 자연이 선택하는 실제 경로라는 뜻입니다. 이는 단순히 공간적으로 가장 짧은 경로가 아니라, 에너지의 '비용'을 시간 전체에 걸쳐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경로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이 원리는 왜 물체가 포물선 운동을 하는지, 왜 행성이 타원 궤도를 도는지를 힘이 아닌 에너지의 관점에서 설명해주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2. 해밀턴 역학 (Hamiltonian Mechanics)

해밀턴 역학은 최소 작용의 원리를 바탕으로 라그랑주 역학을 새롭게 재구성한 이론입니다. 라그랑주 역학이 '위치'와 '속도'를 변수로 사용했다면, 해밀턴 역학은 '위치(q)'와 '운동량(p)'을 기본 변수로 사용합니다. 이 (위치, 운동량)의 쌍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공간을 위상 공간(Phase Space)이라고 부릅니다.

해밀토니언(Hamiltonian)과 해밀턴 방정식

해밀턴 역학의 핵심은 해밀토니언(Hamiltonian, H)입니다. 대부분의 보존계에서 해밀토니언은 계의 총 역학적 에너지(운동 에너지 + 위치 에너지)와 같습니다.

$$H = T + U$$

해밀토니언은 위치(q)와 운동량(p)의 함수로 표현되며, 이 해밀토니언을 통해 계의 시간적 변화를 설명하는 두 개의 간단한 1계 미분방정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해밀턴 방정식이라고 합니다.

  • 시간에 따른 위치의 변화율 = 운동량에 대한 해밀토니언의 편미분

$$\frac{dq}{dt} = \frac{∂H}{∂p}$$

  • 시간에 따른 운동량의 변화율 = 위치에 대한 해밀토니언의 편미분에 음수를 취한 값

$$\frac{dp}{dt} = -\frac{∂H}{∂q}$$

 

이 두 방정식은 서로 맞물려, 마치 GPS처럼 위상 공간의 한 점(계의 현재 상태)에게 다음 순간 어디로 가야 할지를 정확히 알려줍니다. 즉, 계의 완전한 상태(위치와 운동량)가 주어지면 그 미래가 하나로 결정됨을 보여줍니다.  2차 미분방정식이었던 뉴턴의 운동방정식과 달리, 두 개의 1차 미분방정식으로 표현되어 수학적으로 다루기 더 용이한 경우가 많습니다.

3. 관계와 의의: 왜 중요한가?

  • 동등하지만 다른 관점: 해밀턴 역학과 라그랑주 역학은 최소 작용의 원리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으며, 고전 역학의 현상을 동일하게 설명합니다. 해밀토니언은 라그랑지언을 '르장드르 변환'이라는 수학적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 통계 역학과 양자 역학으로의 다리: 해밀턴 역학은 단순히 고전 역학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을 넘어 더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 통계 역학: 위상 공간의 개념은 수많은 입자의 집단을 통계적으로 다루는 통계 역학의 기본 토대가 됩니다.
    • 양자 역학: 양자 역학에서는 에너지 역시 하나의 값으로 고정되지 않고 '연산자'로 취급됩니다. 놀랍게도 고전 역학의 총 에너지 함수인 해밀토니언(H)을 그대로 가져와 양자역학적 연산자로 바꾸면, 그 유명한 슈뢰딩거 방정식의 핵심이 됩니다. 이처럼 해밀턴 역학의 구조는 양자 세계를 설명하는 언어로 거의 그대로 이어지며, 두 세계를 잇는 가장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합니다.

이와 같이 최소 작용의 원리와 해밀턴 역학은 물리학의 관점을 '순간의 힘'에서 '전체 경로의 효율성'으로 바꾸었습니다. 이는 자연이 단지 눈앞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시작과 끝을 아우르는 가장 경제적인 경로를 선택한다는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 우아한 원리는 고전 역학을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양자 역학과 현대 물리학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었습니다.